2012. 1. 6. 06:57ㆍ여행지/충청남도
달집이 타오르는 곳에서 연신 셧터을 눌러댑니다.
어릴적 불구경을 왜 따라 다녔는지 알 것 같은 기분입니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화마가 할퀴고간 상처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알지만...
시뻘건 불기둥을 보면서 어쩌면 야릇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건 아닌가 합니다.
정화의 상징인 불...
그 불꽃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의 잔재를 태우려 하는가 봅니다.
원래는 정월 대보름 행사지만 축제의 장에 하나를 더하고 있습니다.
달집태우기란 무얼까요.
달맞이, 횃불싸움과 같이 정월 대보름에 하는 풍속놀이이다.
보름달이 떠오르기 전에 나무로 틀을 엮고 짚을 씌운 달집을 마을 동산의 적당한 기슭에 만들어 둔다.
달집의 위치는 마을에서 달맞이하기에 가장 좋은 곳에 자리잡는다.
형태는 지방에 따라 약간씩 다르나 대개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다.
한 쪽 면만을 터놓고 다른 두 면은 이엉으로 감싼다.
터놓은 쪽을 달이 떠오르는 동쪽으로 향하게 하고, 가운데 새끼줄로 달 모양을 만들어 매단다.
달이 솟아오르는 것을 처음 본 사람이 불을 당기고 달을 향해 절을 한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대나무 매듭을 태워 폭죽소리같이 '툭툭' 소리가 나도록 했다.
이는 잡귀와 액을 쫓기 위함이며, 달집에 수숫대·볏짚을 넣는 것은 풍요로운 생산을 위함이었다.
남자들은 온종일 거두어들인 연을 걸기도 하고, 아낙들은 소원을 적은 종이나 입고 있는
새옷의 동정을 떼어 달집을 태우면서 자신의 액이 소멸되기를 기원한다.
불꽃이 환하게 피어오르면 풍물을 신나게 울리며 한바탕 어울려 춤과 환성을 울리며 뛰어 논다.
달집이 타는 불에 콩을 구워 먹기도 했다. 지방에 따라서는 달에 절을 하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 하며,
또 1년간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믿기도 했다.
한꺼번에 불이 잘 타오르면 풍년이 들고, 타다가 꺼지면 흉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졌으며
달집이 타서 넘어질 때 그 넘어지는 방향에 따라 그 해의 풍·흉을 점쳤다.
대보름의 만월을 바라보며 풍농(豊農)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점풍(占豊)의 의미를 지녔다. (브리테니커백과)
이번엔 불꽃에서 나오는 불씨의 모습에 매료되어 봅니다.
아무렇게나 흩어져 날리는 불씨의 궤적에서 무질서의 혼돈보다 아름다운 자유를 보는것 같습니다.
형용키 어려운 불꽃의 정화가 가슴속으로 들어옵니다.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달집은 불의 꽃을 계속 만들어냅니다.
세상의 얽히고 설킨 모든것들이 제 갈 길로 가듯 풀려나가는 기분도 듭니다.
인연처럼 보이는 불씨건만, 미처 어떤 마음으로 대할지 머뭇거리는 순간에도...
그들은 생겨나고 사라지고를 반복합니다.
불꽃의 중심에서 다 타서 날아가 소멸하는 저 과정이 어쩌면 인생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듭니다.
세워놓은 대나무도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 우렁찬 대나무의 합창소리도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간간히 들리는 대나무의 외침을 잘 가라는 배웅의 소리로 들으면서 해돋이 축제장을 떠납니다.
읍내쪽으로 셔틀버스가 다닌다고 안내를 받았건만...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남아서 버스를 운행을 안한다고 합니다...
어찌라구... 이 밤중에 가로등 하나도 없는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단 말인가...?
경찰에게 물어보니 유료버스는 다닌다고 합니다.
다행히 곧 버스가 왔습니다.
정보교류와 소통이 원할치 않아 발생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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