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를 즐긴다?

2010. 12. 16. 17:30간이역

인터넷 언론인 '프레시안'에 김광수 경제 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의 글이 너무도 동감이 되어서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블로그로 옮겼습니다.

 기사 제목은 "윤증현 장관, 우리가 '복지를 즐기는' 수준인가요?" 입니다.

 윤증현 장관이 15일 트위터 사용자들과의 간담회에서 "4대강 같은 데 투자하지 않고 복지 같은 데

재원을 다 써버리면 결국 남는 게 별로 없게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더구나 "복지를 즐긴다"는 표현까지 써 매우 열악하기 짝이 없는 국내 복지 현실에 대해 매우 잘못되고도

천박한 인식을 여지 없이 드러냈다. 물론 그의 말대로 국가 재정이라는 것이 300조 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이긴 하지만 분명히 예산제약이 있다.

따라서 한정된 재원 안에서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에 따라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정확히 그런 이유 때문에 4대강 사업처럼 경제적 효과가 불투명한데도 다수 국민의 반대도

무시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자연을 파괴하는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게 재벌건설업체들 배 불려주는 데 터무니없이 돈을 탕진하는 예산이 그토록 중요해

결식 어린이 겨울방학 급식 지원 예산조차 깎아낸 것도 모자라 "복지를 즐긴다"고 표현하는가.

이미 한국정부는 2009년 이후 그 이전 10년보다 더 많은 400조 원의 공공부채를 늘리는 한편

우리 아이들 배는 굶겨가면서까지 온갖 토건개발사업을 벌이느라고 여념이 없다.

한 마디로 그냥 개발사업을 벌여 건설업체들의 일감을 늘려주고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연연할 뿐

정작 목표로 하는 정책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공급을 하면 수요는 생긴다'는 근거 없는 희망에 따라 개발계획을 내놓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기반시절이 턱없이 부족하던 개발연대 때나 통하던 방식이다.

개발연대 때에는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하니 짓기만 하면 모두 수요가 생겨나고

그것이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웬만한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들어섰다.

각종 콘크리트 사업에 투자해봤자,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확충되겠는가.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공항, 도로, 관광지를 만들어놓는다고 그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온갖 개발사업에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가 자리잡은 경기도 고양시킨텍스나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다.

고양시 1년 전체 복지예산보다 많은 25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은 킨텍스는 가동률이 50%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도 행사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겨울에는 인공 눈썰매장을, 여름에는 간이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한다.

그런데 기존에 있는 킨텍스를 제대로 활용도 못하면서 '세계 10대 국제전시행사'를 유치해야 한다며

지난 시장 임기 때 착공한 제2킨텍스를 짓고 있다.

1200억 원을 들인 고양시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다. 2부 리그 축구팀이 경기하는 게 일 년에 고작 10여 차례,

그리고 몇 차례쯤 시 차원의 행사가 열릴 뿐 그 큰 운동장이 늘 텅 비어있다.

하지만 잔디밭을 훼손한다며 시민들은 운동장 안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을 수도 없다.

고작 수십 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인근에 지어놓은 대화레포츠공원이 저녁마다 동네 주민들로

붐비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도대체 시민들에게 거의 아무런 혜택도 돌아오지 않고, 경제에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막대한

개발사업을 누구를 위해 벌이는 것인가.드러내놓고 벌이는 토건사업뿐만 아니다.

문화, 교육사업으로 포장된 토건사업들 또한 계속 진행되고 있다.

도서관 짓는데 100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정작 매년 도서 구입비 예산은 1억 원 남짓이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도 제대로 볼만한 책은 늘 부족한 상태다.

마찬가지로 문예회관이나 공연장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이는데 정작 짓고 나면 질 낮은

문화공연 프로그램밖에 안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사업들을 어떻게 제대로 된 문화사업, 교육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윤증현 장관 말대로 정말 복지에 돈을 퍼주고 있어서 국민들이 복지를 여름에 파라솔 아래에서

선탠하듯 즐기고 있는 수준이라면 이해라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 본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 것이다.

장애 때문에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는 노인,

가만있던 집값이 재개발 붐에 4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올라 자활대상자 지원에서 제외된 노인,

한 달 생활비 10만 원 정도로 버티며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는 사람 등 우리 주변에는 단 돈 몇 만 원이

아쉬운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쥐꼬리만한 1억~2억 원의 복지예산도

날아가기 일쑤다.

언제까지나 부동산 개발을 통해 한국경제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중앙과 지방 정부

전체가 경쟁하듯 매년 수십 조 원 씩 토건 예산을 탕진하면서도 당장 기초적인 사회복지 체계도

제대로 구축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 누적되다 보니 한국의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공공소득이전 규모 및 계층간 소득 불평등

감소 효과가 OECD국가들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한국은 계층간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OECD국가 중 가장 빈약하다는 것이다.

공공소득이전 정책이 빈약하다 보니 생계비보조 등을 통해 빈부격차를 나타나는 가장 기본지표인

지니계수 감소 효과도 0.011로 OECD국가들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전체의 평균적인 불평등 감소 효과가 0.078인 것에 비하면 7분의 1에 불과하다.

현실이 이런데도 아직 윤 장관 같은 현 정부 고위관료들과 현 정부 실세들부터 온갖 불요불급한

개발사업을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더라도 뭘 만들고 짓는다 하면 생색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각종 지자체들에서 초호화청사 짓기와 초고층 빌딩 짓기 경쟁을 보고 있다.

정치권은 표 얻고 뒷돈 받을 수 있으니 좋고, 관료들은 눈에 안 보이는 복지 프로그램 돌리느니

생색나는 실적 만들어서 좋고, 건설업체들은 사업으로 돈 벌어서 좋다.

관변 학자나 연구소들은 용역 프로젝트 많아져서 좋고, 언론들은 건설업체들 광고 물량 많아져서 좋고,

주민들은 주변 집값 올라간다고 대환영이다.

이렇게 한국은 거대한 삽질패러다임에 빠져 소중한 세금을 탕진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 역시 개발연대 시절의 토건사업 위주로 정책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토건사업 위주의 개발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투입되면서 지식정보화와 첨단기술 개발,

교육 및 사회복지 등 소프트 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을 소진시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윤증현 장관 말대로 예산 제약 아래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줄여야 하는 것인

바로 4대강 사업과 같은 토건사업이다.

4대강 사업 같은 시대착오적 토건사업에는 절대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왜 그런지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토건사업과 지식서비스업, 두 가지 산업에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경제에서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자원 배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를 위해 두 산업에 배분할 수 있는 자원은 100이라고 가정하자.

먼저 토건사업에 75, 지식서비스업에 2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국민경제 전체의 효용,

즉 후생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토건사업에 25, 지식서비스업에 7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 국민들의 후생 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현대의 첨단지식정보화시대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경제는 후자와 같은 자원 배분을 해야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연대 시절의 관성이

강하게 남아 각종 토건사업에 여전히 60, 지식서비스업에 40 정도의 자원이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발연대 시절에 비해서는 25에서 40으로 지식서비스업에 자원이 좀더 배분되고는 있으나

자원의 최적배분 면에서 볼 때 여전히 토건사업에는 과도하게, 지식서비스업에는 과소하게 자원이

배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원 배분은 국민경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게 하고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탕진하는 한편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후생 수준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뜨린다.

현실에서도 각종 SOC가 확충돼 공항과 도로, 항만 등 대부분의 시설이 이미 충분히 갖춰졌거나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개발사업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중후장대형의 시설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개발연대식의 토건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과거 '토건국가'라 불리던 일본을 훨씬 능가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설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한국은 토건사업에는 필요 이상의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으므로 이걸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대신 지식정보화 시대와 창의경제 시대에 걸맞게 인적 자원 중심의 투자와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라

추후 발생할 복지비용 줄일 수 있는 사회복지인프라를 전략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재정 배분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이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속가능한 구조 속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공적사회복지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교육재정지출도 세계경제포럼이 2008년 조사한 세계 127개국 가운데 71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장관처럼 '복지를 즐긴다'고 표현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처럼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현실 왜곡이자 기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정책 기획과 집행 과정의 문제로 복지예산 가운데도 문제 소지가 있는 정책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복지예산이 전반적으로 과도한 것과는 무관하게 정부 정책의 기획 및 집행과정 상의 문제,

그리고 관료시스템 상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문제는 굳이 복지가 아니라 다른 예산 분야에서도 쌔고 쌨다.

또한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예를 들어, 세계 최저수준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무작정 예산을 퍼붓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높은 집값과 '승자독식구조'에 가까운 사교육비 경쟁,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층의 만혼화 현상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지 저출산을 강요(?)하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예산을 퍼부어봤자 막대한 재원만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국민연금 등 공적사업자가 나서 대규모 공공임대/전세주택을 공급하면 재정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저출산 문제와 노후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복지수준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점과 향후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이

본격화됨에 따라 복지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전략적으로 일정 수준의

사회안전망복지지원체계를 단계적으로 준비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같은 재원은 여기에서 자세히 상론하기는 어렵지만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 등 자산경제 부문에 대한

과세 확충과 지하경제의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한 조세구조 개혁과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억제 등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하는 한편, 체계적인 정부시스템 개혁을 통해 정책 기획 및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가야 한다.

그런데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눈 앞에 닥쳐 와있는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는커녕

기존의 매우 부실한 사회안전망과 열악한 복지지원체계마저 해체하면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울

각종 개발예산들을 남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얼버무리고 각종 복지예산을 삭감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억지 핑계를 대며 이념공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정작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포퓰리즘은 4대강 개발사업과 형님예산으로 상징되는

'망국적인 개발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2011년 예산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도 각종 토건 개발사업 예산들이 증액된 반면

정부안에 포함돼 있던 각종 복지예산들이 삭감된 것이 국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선심성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각종 개발사업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여든 야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가리지 않고 수십 년 동안 개발 포퓰리즘에 젖어

국민의 혈세를 탕진해왔다.

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 시민들 빚으로 지어진

초호화 청사들이 전국 각지에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각종 불요불급한 개발사업들에 매년 막대한 예산이 탕진되다 보니 시민들의 삶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 방학중 결식아동 지원비와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비까지 빼앗아 MB예산(4대강 사업 예산과 보금자리 사업 예산)과

형님예산을 챙기는 청와대와 정치권, 그리고 수천억 원씩 들어가는개발사업은 문제가 아니고 700억 원을 배정하는

아이들 의무급식 지원은 '부자급식'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서울시장이 있는 한 시민들의 삶은 개선될 리 만무하다.

소중한 혈세로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비대해진 건설업계의 배를 불리는 데는 마구 퍼주면서도

아이들 밥도 제대로 못 먹이는 기괴한 현실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기괴한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시대착오적인 토건사업을 지속하면서 열악하기 짝이 없는

복지 수준을 두고 '복지를 즐긴다'고 표현하는 윤증현 장관이야말로 왜 매년 수백조 원의 예산을 쓰면서도

국민의 삶이 개선되지 않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 정부 경제수장부터가 이 모양이니 여당은 우리 아이들 겨울 급식 지원비를 전액 삭감해

'형님 예산'과 '안주인 예산' 확보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이란 자가 국회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른 자를 격려했다니

이런 나라가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가.이러니 이미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시민들이 또 다시

점심값과 커피 값을 아껴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을 위한 성금을 모금하는 아름다운재단이나

다른 사회복지기관에 또 다시 기부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정부를 정부라 할 수 있는 것인지, 이런 대통령과 경제수장에게 이 나라를 계속 맡겨놓아야 하는지

깊은 회의가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